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이번 대선이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측도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을 예상한 듯 정면으로 맞설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한동안 정해지지 않은 채 양측의 치열한 갈등으로 미국 사회가 혼란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은 4일 새벽(현지 시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를 중단시키고 법정으로 가겠다고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법률팀이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수십 명으로 구성된 최정예 법률팀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실상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만약 최종 개표에서 질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에 들어간다면 그 대상은 우편투표로 인해 선거 결과가 뒤바뀐 주요 경합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우편투표 개표가 상대적으로 늦게 이뤄지는 곳들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역들은 개표 초반에는 현장 투표 개표가 주로 이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나갔지만 이후 우편투표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바이든 후보가 역전하거나 격차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우편투표 개표가 완료되는 주 후반쯤 바이든 후보가 최종 승리할 경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이 주들의 우편투표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 당선자 확정이 늦어지면서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주는 다음 달 8일까지 개표와 관련된 모든 법적 분쟁을 마무리 짓고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한다. 법원 측도 이런 일정을 고려해 소송에 대한 판결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지만 자칫 이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주요 경합주가 선거인단 명단을 내지 못해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270명)을 넘지 못하면 나중에 미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도 개표 결과에 대한 다툼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면서 한 달여 동안 극심한 혼란이 빚어진 적이 있다.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플로리다를 근소한 차로 내주면서 전체 선거에서 패배했다. 고어 후보는 이에 불복해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플로리다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부시 후보 측이 연방대법원에 상소한 끝에 재검표가 불발되고 부시 후보의 당선이 최종 확정됐다.
당시 고어 후보는 대법원 결정을 받아들이고 패배를 승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에서 지더라도 그런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 언론들은 소송전이 시작되고 양측이 서로 이겼다고 주장하는 사태가 길어지면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 때문에 큰 충격을 받고, 폭동과 약탈 등으로 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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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이지경까지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