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요? 걸리면 걸리는 거죠.”
지난 3월 말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에서 흥청망청 음주 가무를 즐기던 20대 청년 브래디 슬러더가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이탈리아·독일·이란보다 코로나19 환자수가 적은 나라였다. 봄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추운 날씨를 피해 남쪽의 해변에 몰려들었고, 이 같은 젊은이들의 ‘위험한 배짱’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는 이 청년도 며칠 뒤 트위터를 통해 “생각이 짧았다”는 사과 글을 올릴 정도로 ‘국민 밉상’이 됐던 그런 시기였다.
불과 두 달여 만에 미국은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는 ‘코로나 대국’이 됐다. 문제는 2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의 풍경이 2개월 전 마이애미 해변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섣부른 재개와 잇따른 경고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5월 23~25일, 미 전역에서는 휴양지라 할 만한 곳마다 비슷한 모습들이 연출됐다. 몇 달 동안 이동제한령으로 자택에 감금되다시피 했던 사람들이 연휴와 포근해진 날씨를 맞아 바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널리 퍼진 미주리주의 ‘오자크호’ 영상을 보면, 사람들은 수영장과 여기에 딸린 바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 수칙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플로리다주 탬파·데이토나 등에서는 ‘광란’에 가까울 정도의 길거리 파티가 벌어졌고,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레저용 오토바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도로 정체가 빚어질 정도였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진원지’ 역할을 했던 유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의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엄격한 봉쇄가 유지됐던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선 지난 5월 25일부터 10주간의 봉쇄를 1단계 해제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아직까지 외부인에 대한 관광 제한 조치는 발효 중이지만, 날씨가 더워진 바르셀로나는 지역 주민들만으로도 바르셀로네타 해변과 인근 식당 등이 오랜만에 북적였다. 세계적 관광지인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도 6월 1일부터 80일 만의 재개장에 들어가는 등 유럽은 지금 닫혔던 문을 본격적으로 열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는 과연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안전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수치가 말해준다. 50개 주별로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신규 확진자 증가 그래프가 꺾이지 않고 있다. 유럽은 감염자 증가세는 한풀 꺾이긴 했다. 하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와 러시아·인도 등 인구 대국에서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전 세계 감염 현황은 아직도 발병 본격화 단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이 같은 미국과 유럽 등의 ‘섣부른 재개’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라이언 사무차장은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세계는 코로나19 1차 유행의 한가운데 있다”면서 “2차 유행이 아닌 1차 유행의 ‘두 번째 정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 병은 실제로 증가하는 단계에 있으며,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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