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거부’→’동조’로 입장 선회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도 미국 실업률이 두 자리 수의 고공행진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백악관에서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 경제를 최대한 빨리 회복시켜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4차 경기 부양법에 거부감을 나타냈던 백악관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커졌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사진)은 24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 실업률이 5월에 이어 6월에 20%대로 정점을 찍은 뒤 차츰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선이 치러지는 11월에도 여전히 두 자리수에 머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싯 보좌관은 CNN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5월 실업률은 20%를 넘고, 6월 실업률은 5월보다 더 높아질 것이며, 이후에 하향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에 실업률이 두 자리수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해싯 보좌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실업률은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여서 내려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업률이 20%대에서 내려가기 시작해도 9월이나 10월까지는 완전 고용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 “하지만 경제 회복의 모든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싯 보좌관은 경제가 2분기에 최저점으로 떨어진 뒤 3분기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1.2% 감소한 뒤 3분기에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싯 보좌관은 CBO 보고서를 인용하며 “2분기는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확 떨어지겠지만 3분기는 하늘로 치솟을 것”이라면서 “기업 활동이 이번 분기에 변곡점에 도달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완전 고용 수준인 3.5%(2월)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 정부들이 봉쇄 조치를 시작한 뒤 4.4%(3월)로 올라섰다. 대부분 주에서 재택근무와 이동 제한 명령을 내린 4월에는 14.7%까지 치솟았다. 봉쇄가 시작 후 9주 동안 신규 실업수당을 신청한 미국인이 3860만 명을 넘어섰다.
연말까지도 일자리 손실이 클 것으로 전망되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4차 경기 부양법안에 트럼프 행정부가 동조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싯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책과 관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한 번 더 전 국민 현금 지급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싯 보좌관은 22일 “2차 현금 지급이 가능할 것 같다. 일찌감치 추진할 수 있다”고 보탰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앞서 공화당은 추가 부양책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혔다. 봉쇄를 풀고 경제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돈을 푸는 것보다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이유였다.
과도한 현금 살포는 근로자들이 일터로 돌아오려는 의욕을 꺾어 경제 정상화에 부정적 영향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대로는 대선 때까지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추가 경기부양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는 3~4월에 3차례에 걸쳐 총 2조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키고 실행 중이다. 성인 1인당 1200달러, 아동은 600달러씩 현금을 지급했고, 실직자에게는 기존 실업수당 외에 추가로 주당 600달러씩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지난 15일 전 국민 현금 지급을 6개월 더 연장하고, 의료보험 등 각종 지원을 늘리는 내용의 3조 달러 규모 긴급구호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을 둘러싼 양당 간 협상은 5월 말이나 6월 초에 본격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