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간 영국 런던에서 ‘탈(脫) 도시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13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시 내 임대 주택 거래는 23% 감소했지만, 반대로 도시 외곽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주택 수요는 늘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들은 코로나19사태로 재택근무가 늘자 안락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홈오피스를 원하고 있다. 복잡하고 답답한 대도시 아파트보다 넓고 쾌적한 시골 주택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의 설명이다.
부동산 에이전시 햄튼 인터내셔널(Hamptons International)의 조사 결과 지난 6월 코로나19 봉쇄령이 완화된 이후 거주지를 옮긴 세입자의 34%는 기존에 살던 집보다 최소 방 한 칸이 늘어난 넓은 집을 선택했다. 넓은 집으로 이사한 사람들의 임대료는 월평균 149파운드(약 23만 원), 기존 임대료보다 23%가 증가했다.
덕분에 교외 부동산 시장은 호황이다. 지난 1~3월 도시 아파트에서 교외 주택으로 이사한 건수는 전체 임대 거래의 16%에 불과했으나, 5~8월에는 25%를 차지했다.
햄튼 인터내셔널의 부동산 시장조사부문장인 아니샤 베버리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주택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들의 교외행이 이어지다보니 도심 임대 시장은 얼어붙었다. 8월 공실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했다. 빈집은 늘었지만, 임차인은 줄다 보니 임대료도 3월부터 하락세다.
베버리지는 “도시 임차인이 임대 시장에서 협상력을 쥐게 됐다”면서 “녹지 공간 관리 비용 부담이 매달 증가하는데도,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 외곽 주택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싼 집값으로 유명한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에서 도시 탈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2일 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 8월 뉴욕 맨해튼의 공실률은 5.1%까지 치솟았다. 14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맨해튼의 공실률은 지난 4월부터 상승해 4개월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맨해튼의 지난 8월 신규 임대 계약 건수는 전달과 비교해 24% 감소했고, 임대료는 전년 같은 달 대비 7.7% 하락했다. 반면 임대아파트 물량은 전달보다 14.5%, 지난해 8월보다 3배 증가했다.
부동산 감정평가회사 밀러 새뮤얼(Miller Samuel)과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 엘리먼(Douglas Elliman)은 뉴욕의 공실률 상승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를 꼽았다.
맨해튼은 부유층의 사교모임이나 문화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코로나19 봉쇄령으로 그 장점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이다. 세입자들이 비싼 임대료를 주고 작은 아파트에 갇혀 사느니 같은 가격에 넓고 쾌적한 주택에 살겠다며 떠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발 불황도 한몫했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에서 ‘임대료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직자가 늘면서 뉴욕 세입자 40%가 임대료를 내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NYT는 세입자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집주인 역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자금난에 빠지는 등 뉴욕 부동산 시장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들은 한 달 치 임대료를 할인하거나 중개수수료를 대신 내주는 등 임차인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성사된 임대계약 중 집주인이 이런 혜택을 제공한 거래가 54%에 이른다. 지난 10년 사이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밀러 새뮤엘 CEO인 조나단 밀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4월 뉴욕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백신이 안정적으로 보급될 때까지는 임대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개의 댓글
현재 도심 아파트에 살고있는데 나또한 요즘 외곽지역의 마당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고려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