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낮 12시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며 ‘바이든 시대’를 열었다.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직업정치인이 세 번째 도전 끝에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다.
노선과 기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의 정책과 단절을 공언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약속해 국제사회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낮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하고 대통령직 업무를 개시했다.
그의 취임사는 미국의 산적한 난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또 “미국이 돌아왔다”는 표현으로 대표되듯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과 동맹의 복원이 중요하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다.
과거 대통령 취임식은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축제 같은 행사였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무장 시위 우려까지 커지며 2만5천 명의 주방위군이 지키는 군사작전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찬, 퍼레이드, 무도회 등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가상으로 전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전염병 대유행과 경기 침체, 극심한 내부 분열 등 전례가 없을 정도의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이를 수습할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한 뒤 곧바로 10개가 넘는 행정명령이나 지시 등에 서명하며 취임 첫날부터 강한 국정 드라이브를 건다.
바이든 ‘1호 법안’은 불법체류자 구제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의 ‘1호 법안’은 불법체류자 구제를 골자로 하는 이민개혁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8년 안에 시민권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첫 법안으로 상정한다.
관계자들이 공개한 법안 내용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 이민자 가운데 신원조회를 통과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등 기본 요건을 충족하면 유효 기간 5년의 임시 체류 신분을 받거나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후 3년 뒤에는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23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인 불법 이민자들도 구제를 받게 된다.
법안에는 또 ‘드리머’로 불리는 불체 청년들에게는 영주권을 즉시 발급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범죄 기록 등을 모두 확인받고 합법 취업 자격을 받은 만큼, 현재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곧장 영주권을 허용할 예정이다.
또 난민 자격 이민자들의 취업 지원을 위해 영어와 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안도 포함시켰다.
이 법안은 전임 대통령들이 추진하던 이민개혁안만큼 포괄적이지 않지만, 성실히 일하며 세금을 납부하는 불법 이민자를 먼저 구제한다는 내용이어서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부통령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안 실패를 지켜 봤던 만큼 임기 초반부터 전력투구할 것이라는 게 의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반면, 해결 과제도 산더미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진행했던 국경 장벽 설립 등 국경 단속에 대한 내용이 없어 자칫 밀입국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미국과 맞닿은 멕시코 국경지역에는 중남미에서 올라온 난민 지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민서비스국(USCIS)과 이민 법원에 적체된 수백 만건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이민 법원에 계류 중인 추방 관련 케이스는 130만 건에 달한다. 또 영주권 신청서를 비롯해 지문 등 생체정보 등록 신청서, 취업 신청서 등 승인을 기다리는 서류도 100만 건이 넘는다. 이들 서류를 해소하지 않고 이민 구제안이 추진될 경우 적체 현상이 가중돼 정상적인 취업비자 발급에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