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와 콜로라도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발생한 총기 사건으로 평범한 시민이 희생되면서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총기 피해자를 막기 위한 법안을 즉각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대통령 직권으로 즉각 시행할 수 있는 대책도 검토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앞으로 생명을 구하는 상식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한 시간은 물론이고 단 일 분도 지체할 수 없다”라며 “상·하원에서 즉각 행동에 나서달라”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는 당파가 아니라 미국 전체를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행동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아내와 나는 처참한 심정이 든다”라며 “피해자 가족들이 어떠한 슬픔을 안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콜로라도 마트에 가장 먼저 출동해 숨진 경찰관을 언급하며 “그 경찰관은 아침에 경찰 배지를 달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고 경의를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콜로라도 주지사와 법무장관, 연방수사국(FBI)과 통화했으며 지속적으로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해 의회 의결이 필요 없는 몇 가지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총기 안전법 통과를 약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양책과 백신 접종에 국정 우선순위를 두고 취임 후 몇 달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2일에는 콜로라도 마트에서 10명이, 앞서 같은 달 16일에는 애틀랜타에서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총격 사건으로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은 민간인 총기 보유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총기 사건·사고에 따른 사망률 역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기와 관련돼 4만3천명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즉각 시행할 수 있는 규제는 총기 구입시 신원조회를 강화하고, 총기 규제를 하는 주(州)에 연방 예산을 배정하는 게 있다.
또 소비자가 부품을 사들여 손수 제작해 기성품과 같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유령 총'(ghost guns)도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기 반대 단체인 ‘맘스 디맨드 액션'(Moms Demand Action) 창립자인 섀넌 와츠는 “바이든 행정부가 총기 규제를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면 오늘 당장 내릴 수 있는 행정명령을 발동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의회 정치 지형도 민주당이 상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부통령을 차지하면서 달라졌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총기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겠다”라며 “과거의 상원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원 통과를 위한 가결 정족수는 60표여서 공화당에서 10명 이상이 이탈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종 관문을 넘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그동안 공화당과 미국 시민 일부도 총기 소유가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며 법안 통과에 반대했으며, 미국총기협회(NRA) 역시 법안 저지를 위해 대대적인 로비를 벌여왔다.
의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보수와 진보 대법관이 6 대 3으로 엇갈린 연방 대법원에서 위헌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는 총기 규제에 대한 철학적 차이가 뿌리 깊다”라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총격범들이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