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7일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월 6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카운티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 111일 만이다.
10만명은 1968년 A형 독감 바이러스(H3N2)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미국인 희생자 10만명에 맞먹는 것이자, 1957∼1958년의 신형 A형 독감 바이러스(H2N2) 희생자 11만6천명에 근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으로 이번 희생 규모를 비교해보면 숨이 멎을 지경”이라며 지난 12주간 이 질병으로 숨진 사람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미군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미군의 거의 2배이자,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초기 폭발로 사망한 사람들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NYT는 또 미국인으로 국한할 경우 사망자 10만명은 이라크전 사망자의 22배, 9·11 테러 사망자의 33배,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의 41배, 진주만 공습 사망자의 42배라고 보도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희생자는 1918년 스페인 독감(H1N1)으로 인한 피해(약 67만5천명 사망) 이후 가장 사망자가 많은 공중보건 재앙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타개에 앞장서야 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데 앞장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는 코로나19 환자가 15명밖에 없다며 이 15명도 “며칠 안에 0에 가깝게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의 대통령 연대기에서 이보다 더 재앙적으로 틀린 예측은 회고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수치를 높이며 사망자 예상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0일 미국 내 사망자 규모가 5만5천명이 될 수도, 6만명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고, 같은 달 17일에는 아마 6만명에서 6만5천명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월 27일에는 6만명이나 7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고 했고, 5월 1일에는 “바라건대 10만명 이하가 될 것”이라고 추정치를 높였지만 결국 이마저도 빗나갔다.
사망자 10만명은 이미 엄청난 숫자이지만 의료·보건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시기가 앞당겨진 것에서 보듯 팬데믹 사태 초기는 물론 최근까지도 이 바이러스의 전체적인 전파 양상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말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뉴욕주에서만 3만명에 가까운 2만9천229명이 숨졌다.
그러나 뉴욕시를 포함해 디트로이트나, 뉴올리언스, 시카고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한풀 꺾이며 신규 사망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도 수도 워싱턴DC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여전히 사망자가 많아 아직 경제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가 모두 부분적·전면적 재가동에 나서면서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코네티컷주가 지난 20일 가장 마지막으로 경제 재개 대열에 합류하면서 50개 주가 모두 봉쇄령을 완화했는데 그 결과 사람들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코로나19가 다시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이날 자체 분석 결과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감소세를 보이는 주는 14곳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소장 크리스 머레이는 “이제 마스크 착용이 효과가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한두 달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이날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같은 간단한 일들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것들이 모든 사람이 심각하게 실천하기를 고려해봐야 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1개의 댓글
사망자수가 진짜 어마어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