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 속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대선 승리 확정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미 의회의 당선인 인증으로 모든 법적 자격을 갖추게 된 바이든 당선인은 오는 20일 수도 워싱턴DC에서 미국 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상 초유의 대선 불복 시도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가 바이든 당선인을 당선자로 인증한 직후 성명을 내고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을 인증하는 마지막 절차였던 상·하원 합동회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으로 미 의회 역사상 최악의 난장판 속에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졌다. 워싱턴에는 이날부터 대통령 취임식 날까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국 의회는 6일 오후 1시 워싱턴의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를 시작했다. 이 회의는 주별 선거인단의 대선 개표 결과를 승인하고,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절차다.
이날 오후 2시쯤 트럼프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하면서 회의는 중단됐다. 난입 사태가 진압된 이후인 오후 8시 상·하원 합동회의가 재개됐고, 날짜를 넘겨 7일 새벽 3시30분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최종 승인됐다.
난입 사태 후 다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화당의 친트럼프 의원들 주도로 지난 대선의 최대 접전지였던 애리조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개표 결과에 대해 이의가 제기됐다. 그러나 상·하원 모두에서 큰 표차로 각각 기각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을 승인받으면서 대선 승리를 위한 선거인단 매직넘버 270명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232명을 얻었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각각 확보한 선거인단 숫자는 대선 결과와 일치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의사당 폭동으로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명예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상·하원 합동회의가 시작된 6일 오후 1시 의사당을 향해 출발했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의사당 담을 넘어 창문을 깨고 의사당 내부로 난입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발사했고, 결국엔 총격을 가했다.
AP통신은 “의사당 난입 과정에서 4명이 사망하고, 5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의사당 내에서 경찰의 총에 맞은 뒤 이송된 병원에서 숨진 여성은 애슐리 배빗으로 알려졌다. 배빗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미 공군에서 14년 동안 복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3명은 의료 응급상황으로 숨졌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 안에서 의원들을 찾으며 “그들은 어디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원들과 의회 관계자들은 책상 아래 숨거나 다른 사무실로 대피해 문을 잠그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을 습격했다. 상원 회의장 의장석에 앉은 젊은 남성도 있었다. AP통신은 “시위대가 미국 정치 지도자들을 조롱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