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 채무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2021 회계연도 연방정부 부채가 21조9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는 미 GDP의 104.4%에 달하는 규모로 올해 회계연도의 98.2%에서 6.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CBO의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미국은 일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소수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WSJ는 미 정부 부채가 GDP를 넘어서는 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106%) 이후 74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당시 미국은 자국과 우방국의 전쟁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정부 부채 급증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대응이 지목됐다. 진단검사 확충과 백신 연구개발, 각종 경기 부양책, 지방정부 원조 등에 총 2조7000억달러가 들었으나 2분기 세입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줄어 부채 비중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부채는 지난 3월 17조7000억 달러에서 6월 20조5000억 달러로 3개월 만에 16%가량 치솟았다. 이같은 영향으로 미국의 지난 2분기 GDP는 9.5% 감소했으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5.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BO는 이날 발행한 보고서에서 정부 부채가 2030년 말에는 33조5000억 달러를 기록해 GDP의 10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 비용만 연 1조 달러에 육박한다. WSJ는 인구 고령화로 늘어날 사회복지 비용과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비용 등을 감안하면 부채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 맨해튼정책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침체를 최소화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치솟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아무리 금리가 낮더라도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다만 WSJ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정부 부채는 생각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가 다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증가한 부채가 효과적으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빚을 내서라도 대규모 실업급여와 재난지원금 등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지 않았더라면 경제성장률이 훨씬 더 악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웬디 에벨베르그 전 CBO 수석경제학자는 “미국의 대규모 부채 증가는 충격적이었지만 확실히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면서 “미국은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부채를 늘릴 여유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